요즘 몽블랑의 색은 왜 눈에 들어올까?
프로스티드 블루에서 에보니까지 -
색이 브랜드를 다시 보게 한 순간
요즘 몽블랑의 색은 왜 눈에 들어올까?
프로스티드 블루에서 에보니까지 -
색이 브랜드를 다시 보게 한 순간
Written by GYEOL Cultural Design Lab · Ji-u Kim
Published 28 August 2026
최근 몽블랑의 가죽 제품을 볼 때마다 자꾸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몽블랑의 컬러를 유심히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내게 몽블랑은 블랙과 브라운, 네이비 처럼 안정적인 색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에 가까웠다. 필기구와 남성 비즈니스 액세서리의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가죽 제품에서도 색보다 기능적이고 단정한 인상이 먼저였다.
직접 구매한 Frosted Blue 제품
Montblanc leather goods in Frosted Blue, personal collection
Photo © GYEOL Cultural Design Lab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다.
그 시작은 Frosted Blue였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로스티드 블루였다
파랑이라고 하기에는 회색기가 많고, 그렇다고 회색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한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색.
몽블랑 역시 Frosted Blue제품을 ‘muted shade of frosted blue’로 설명한다.¹ 평소 선명한 색보다 회색이 섞인 저채도 색에 자연스럽게 끌리고, 퍼스널컬러 역시 여름 뮤트 계열이라 처음에는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Frosted Blue 제품 하나를 구입했다.
아마 관심도 거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몽블랑을 볼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Noisette, Forged Iron, Cloudy Beige.
Ink Blue와 Khaki도 이전보다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최근 Ebony까지 보면서 다시 같은 생각을 했다.
몽블랑의 색이 원래 이렇게 좋았던가?
하나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면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제품과 시즌에서 색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면, 이제는 개별 제품보다 그 브랜드가 색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보게 된다.
색은 많아진 것보다 ‘미묘해진 것’에 가깝다
물론 과거의 몽블랑에 컬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티스틱 디렉터 마르코 토마세타(Marco Tomasetta)는 몽블랑이 흑백의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이지만, 과거의 아카이브를 살펴보면 다양한 색채가 존재하며 이를 새로운 컬렉션으로 다시 끌어오기도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² 따라서 최근의 변화를 ‘무채색이던 브랜드가 갑자기 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내가 흥미롭게 느끼는 것은 색의 존재 여부보다 색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Ebony.
Noisette.
Forged Iron.
Frosted Blue.
현재 몽블랑의 공식 제품과 레더 굿즈 컬렉션에서도 이렇게 세분화된 컬러들을 확인할 수 있다.¹ ³ ⁴
이들은 서로 다른 색상군에 속하면서도 묘하게 하나의 팔레트처럼 읽힌다. 에보니는 브라운의 온도를 간직하면서도 블랙에 가까운 깊이를 가진다. 누아젯은 전형적인 탄이나 카멜보다 차분하다. 포지드 아이언은 일반적인 그레이보다 차갑고 무게감 있게 느껴지며, 프로스티드 블루는 블루와 그레이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클라우디 베이지 역시 화사한 크림색보다는 회색의 기운이 더해진 뉴트럴에 가깝다.
색채학적 관점에서 보면 색상 자체의 차이보다 낮아진 채도, 미세한 명도 차이, 웜과 쿨 사이의 섬세한 조절이 공통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색이 강하게 자신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그 결과 ‘파랑’, ‘갈색’, ‘베이지’ 라는 색 이름이 먼저 보이기보다 가죽의 질감과 제품의 구조가 함께 보인다.
본문에서 언급한 몽블랑의 주요 컬러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한 참고 도판
Montblanc Color Palette — Ebony, Noisette, Forged Iron & Frosted Blue
Visual interpretation for editorial reference © GYEOL Cultural Design Lab
색의 이름도 달라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컬러 자체 뿐만이 아니다.
Frosted. Forged Iron. Ebony. Cloudy.
단순히 Blue, Gray, Brown, Beige라고 부르지 않는다. 서리가 내려앉은 표면, 단조된 철, 짙은 흑단, 흐린 빛처럼 색상값 하나보다 물질과 표면, 빛과 상태를 연상시키는 언어가 사용된다. Noisette 역시 단순한 Brown보다 특정한 온도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며, 실제 몽블랑 제품에서도 독립된 컬러명으로 사용되고 있다.³ 물론 컬러 네이밍이 실제 색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회색이라도 ‘Gray’와 ‘Forged Iron’은 서로 다른 물성을 상상하게 한다. 최근 몽블랑의 컬러가 세련되게 느껴지는 데에는 색 자체의 조율 뿐 아니라 그것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는 방식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색이 제품의 성별을 읽는 방식까지 바꿀 때
이 변화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몽블랑이 오랫동안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라는 점 때문이다.
같은 구조의 브리프 케이스라도 블랙이나 전형적인 다크 브라운으로 만들어지면 ‘남성용 비즈니스 백’이라는 카테고리가 먼저 읽히기 쉽다. 그런데 'Ebony, Forged Iron, Frosted Blue' 처럼 미묘하게 조율된 색을 입으면 인상이 조금 달라진다. 기능은 그대로 이고 형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특정 성별이나 용도로 제품을 규정하던 인상이 약해진다.
토마세타 역시 디자인 과정에서 특정 성별이나 연령을 우선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소진되지 않는 디자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²
그래서인지 최근 몽블랑에서 매력을 느끼는 색들은 이른바 ‘여성용 컬러’와도 조금 다르다. 오히려 여성성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화사하거나 부드러운 컬러보다 Ebony, Forged Iron, Frosted Blue 같은 중성적인 컬러에 더 눈이 간다.
검정이었다면 남성용 가방이라고 먼저 인식했을 물건이, 색이 달라지는 순간 하나의 구조적인 가죽 오브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형태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읽는 방식은 달라진다.
좋은 물건의 기준과 지금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의 기준
가죽 제품을 이야기하다 보면 브랜드의 위계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가격이나 인지도, 희소성을 기준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위아래로 배열하는 이른바 ‘계급도’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사이의 차이를 모두 이름값이나 이미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에르메스는 공식 자료에서 표면의 자연스러운 특성을 유지한 풀 그레인(full grain) 가죽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가죽 공예와 장인의 숙련을 메종의 핵심 제작 기반으로 다룬다.⁵ 새들스티치(saddle stitch) 역시 에르메스가 공식적으로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죽 제작 기술 가운데 하나다.⁶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다르게 와닿는다.
직접 제작한 카드지갑
Saddle-stitched card holder in étoupe-toned leather with yellow edge finishing.
Designed and handcrafted by Ji-U Kim · Photo © GYEOL Cultural Design Lab
직접 한 땀씩 꿰매보면 알게 되는 것
예전에 가죽 공방에서 직접 새들스티치를 배운 적이 있다. 당시 만든 것 중 하나가 아주 단순한 카드 지갑이었다.
장식도 거의 없고 형태도 단순했다. 오히려 그래서 가죽의 색과 단면의 옐로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 물건이었다.
직접 작업해 보면 새들스티치를 단순히 ‘손으로 꿰매는 봉제’ 라고만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스티치의 간격을 정하고, 가죽에 구멍을 내고, 두 개의 바늘을 사용해 한 땀씩 진행하면서 매번 실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단순한 직선에서도 힘의 차이에 따라 스티치의 표정이 달라진다. 단면을 다듬고 엣지를 마감하는 과정 역시 완성된 물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물론 작은 카드 지갑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과 숙련된 장인이 복잡한 가죽 제품을 완성하는 작업을 같은 수준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직접 바늘을 잡아본 뒤에는 수작업 가죽 제품에서 시간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에르메스의 공예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최근 몽블랑의 색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내게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좋은 물건을 판단하는 기준과, 어느 순간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의 기준이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역사와 제작 완성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어느 계절에 어떤 브랜드의 색이 흥미롭게 느껴질지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이른바 브랜드 ‘계급도’가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긴다.
최근 몽블랑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 이유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
색이 달라 보였다.
여름 뮤트라서 먼저 보였을까
물론 이 모든 관찰에는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되어 있다.
퍼스널 컬러로 분류하면 나는 쿨 톤의 여름 뮤트에 해당하고, 평소에도 선명한 원색보다 회색이 섞인 저채도 색에 자연스럽게 끌린다.
Frosted Blue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 Forged Iron과 Cloudy Beige가 아름답게 느껴지고, 결국 2026 F/W의 Ebony에서 다시 멈춰 선 것 역시 내가 익숙하게 반응하는 명도와 채도, 색 온도의 범위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퍼스널컬러는 이 글의 결론이라기보다 관찰을 시작하게 한 단서에 가깝다.
좋아하는 색 하나를 발견했을 뿐인데 질문이 이어졌다.
왜 이 색이 좋은가.
왜 같은 브랜드의 다른 색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가.
그리고 색 하나가 어떻게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가.
개인의 색채 취향에서 시작한 질문이 어느 순간 브랜드의 컬러 디렉션과 제품 디자인의 문제로 이동한다.
브랜드를 다시 보게 하는 것은 때로 아주 작은 변화다
브랜드가 달라졌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로고나 극적인 디자인 변화 만은 아니다.
형태는 그대로 인데 색의 온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익숙한 브리프케이스에 조금 더 깊고 모호한 브라운을 사용하고, 작은 카드지갑에 회색 기운이 도는 블루를 적용하며, 베이지와 그레이 사이의 애매한 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색으로 제안할 수 있다.
그 작은 차이가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흔든다.
내게 그 시작은 Frosted Blue였다.
제품 하나를 구입한 뒤 관심도 거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Noisette와 Forged Iron, Cloudy Beige가 이어졌고, 최근 Ebony에서 또 한 번 시선이 멈췄다.
그래서 지금 몽블랑을 보며 느끼는 흥미로움은 단순히 ‘예쁜 색이 많아졌다’는 감상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의 몽블랑은 색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미묘하게 조율하면서 색을 통해 소재와 형태를 다시 보게 한다. 지금 내가 몽블랑의 컬러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럭셔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브랜드의 이름과 가격, 역사와 희소성을 먼저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끔은 그 모든 정보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이 있다.
한 가지의 색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한 가지 색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브랜드를 다시 보게 한다.
REFERENCES
¹ Montblanc — Card Holder 5cc in Grain Leather, Frosted Blue ↗
² FASHIONSNAP — 「モンブラン」アーティスティックディレクターのマルコ・トマセッタが描く次の100年 — Interview with Marco Tomasetta ↗
³ Montblanc — Card Holder 5cc in Grain Leather, Noisette ↗
⁴ Montblanc — Leather Goods Collection — current colour categories including Frosted Blue, Forged Iron and Ebony ↗
⁵ Hermès — 에르메스 가죽 ↗
⁶ Hermès — Hermès in the Making — saddle stitch and leather craftsma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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